본문 바로가기

양조장 이야기

[맨땅에 양조장-03] 어쩌다 사표 2013년 4월 어느 날. 평소와 다를 것 없이 출근을 위해 샤워를 하던 중이었다. 왼쪽 가슴 위로 경험하지 못했던 통증이 시작되면서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뭔가 이상하다 싶어 서둘러 몸을 닦고 옷을 챙겨 입던 중 정신을 잃으면서 쓰러져 버렸다. 바로 정신이 돌아와 침대에 누웠지만 통증은 계속되었고, 시야는 흐린 채로 일어날 수가 없었다. 놀라서 뛰어 온 아내는 내 얼굴이 백지장처럼 하얗다며 바로 119에 연락을 했다. 구급차에 실려 가까운 일산 백병원 응급실로 들어갔고, 몇 가지 검사를 진행하는 동안 거짓말처럼 증상이 사라져버렸다. 검사 결과도 특이한 사항이 없어 두어 시간 누워 있다 퇴원했다. 원인을 알고 싶어 이런저런 진료를 받아 보았지만 딱히 원인을 찾지 못했다. 통증은 수시로 찾아왔다. 일본 출.. 더보기
[맨땅에 양조장-02] 궁금한 건 못참지 일본 사업을 시작한 곳은 후쿠오카였다. 비행기로 한 시간 남짓 거리이고, 공항하고 시내가 가까워 도착하고 3-40분이면 사무실에서 업무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출국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 제외한다면 파주 집에서 서초동 사무실까지 출근하는 시간보다 적게 걸리는 셈이다. 후쿠오카는 일본 남쪽 규슈섬의 중심 도시이다. 북쪽에 있는 도쿄나 오사카와 달리 니혼슈보다 소주를 더 많이 찾는다. 아마도 더운 날씨 탓이겠지. 여기서 하나 정리하고 넘어가자. 우리가 ‘사케’라고 부르는 술은 사실은 ‘니혼슈’라는 술이다. 사케(酒)라는 단어는 일본어로 술이라는 뜻이다. 사케에는 니혼슈도 있고 맥주도 있고 소주도 있다. 일본 사람이 ’뭐 마실래요?’라고 물어볼 때 ‘사케요.’라고 대답한다면 십중팔구 ‘그래서 어떤 거.. 더보기
로고 이야기 문발리 우리술연구소 로고는 디자인피버의 노진영 대표가 만들어주었습니다. 노진영 대표는 데이콤 천리안 시절 직장 후배였습니다. 데이콤을 떠난 후 노진영 대표는 디자인피버를 설립하고 삼성전자 등 국내 대기업의 크리에이티브 작업을 진행하는 등 우리나라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회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연구 테이블과 연구용 기자재를 모티브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직선과 원으로 이루어져 모던하면서도 단순한 선의 조화가 아름답습니다. 심학산막걸리 로고는 우리나라 최초의 캘리그래퍼이자 우리나라의 캘리그래퍼 산업을 개척했던 이상현 작가의 작품입니다. 이상현 작가는 영화 '타짜', '아라한 장풍 대작전', '혈의 누' 등의 영화 타이틀, 음반 타이틀뿐만 아니라 전통주 분야에서도 다양한 제품의 글씨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교하와 .. 더보기
[맨땅에 양조장-01] 오래된 시작 86년 2월, 대학 입시 마지막 관문인 면접시험이 있는 날이다. 시간 맞춰 학교에 도착했고, 정문 앞에는 온갖 고등학교 동문회에서 요란한 피켓을 들고 응원을 나와 있었다. 설마 했지만 우리 학교 푯말도 보였다. 반가운 마음에 찾아가 인사를 했다. 선배들이 건네준 따끈한 커피 한 잔이 그리도 고마울 수가. “면접 끝나면 지하철 역 앞에 중국집 있거든, 그리로 와. 신입생 환영회가 있으니 말이지.” 처음으로 술에 취했던 날이다. 아무 생각없이 주는 대로, 권하는 대로 받아 마셨던 나는 인사불성이 되어 선배에게 업혀 겨우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리고는 술꾼이 되었다. 술꾼이라고는 해도 몸이 받쳐주질 않으니 많이 마실 수는 없었다. 술보다는 모여서 떠들고 이야기 듣는 것이 좋았다. 대학 시절에는 암울했던 현실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