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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술 이야기

커피로 만든 꼬냑! 커피냑!!

2020 서울 국제 주류박람회가 개최 중입니다. 저는 어제 다녀왔습니다. 코로나의 영향 탓인지 작년보다 참여 부스가 좀 줄어든 느낌은 있습니다만 여전히 재미있는 술이 있고, 많은 관람객들이 술을 찾아, 멋을 찾아 전시장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제 눈길을 끈 건 제주도에서 올라오신 제주커피 수목원이었습니다. 커피 와인과 커피 코냑을 가지고 나오셨더군요. 커피로 술을 만들다니... 연구소 졸업주를 만들 때 술독에 커피를 넣어 커피 향이 살짝 느껴지는 막걸리를 만들어 본 적은 있습니다만 커피로만으로도 술을 만들 수 있다니, 신기했습니다.

 

말씀을 들어 보니 커피 체리의 과육은 제법 높은 당도를 가지고 있다는군요. 당도가 26브릭스까지 올라간다니 술을 빚기에는 충분할 듯합니다. 커피 열매에서 그린빈을 채취하고 남은 과육을 효모로 발효하여 커피 와인을 만듭니다. 이 와인을 증류하여 숙성하면 커피 브랜디가 만들어지는 것이지요. 

 

어렵게 부탁드려 브랜디를 시음할 수 있었습니다. 진한 커피향이 올라옵니다. 알코올 도수가 40도라고 하는데 도수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커피 향이 좋습니다. 깜짝 놀랐습니다. 증류한 술에서 이런 향이 나다니... 

 

공방을 운영하면서 우리술을 판매하고 있다고 하니 반가워하시면서 커피냑 한 병을 샘플로 주셨습니다. 사진을 찍으면서 이것저것 궁금한 점이 마구 생겨 오늘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증류되어 나온 원액의 도수를 맞추는 과정에서 물이 아닌 더치커피를 사용하신답니다. 색깔과 향은 첨가된 더치커피에서 주로 나오는 것이지요. 라벨을 보니 커피 발효액과 액상커피가 원재료라고 적혀 있습니다. 커피 와인을 증류한 원액에서도 아주 조금은 커피 향이 날 것 같기도 한데 이 또한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커피냑은 오크통이 아닌 제주 항아리에서 숙성을 한답니다. 어쩐지 짙은 색에 비해 오크의 향은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해가 갑니다. 모든 술을 오크통에 숙성시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에 대해선 좀 회의적이거든요. 오크통에 숙성시킨 소주를 마셔본 적이 있는데 소주의 고유의 향보다는 오크의 향만 느껴지는 게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었어요. 

 

아무튼 아주 깔끔한 커피를 술로 마실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습니다. 웹사이트를 찾아 보니 제주커피 수목원을 운영하시는 김영한 대표는 '총각네 야채가게'라는 책을 쓰기도 하셨군요. 커피 수목원에서는 시음도 할 수 있고, 와인과 커피를 조합하여 나만의 와인을 만들 수도 있는 모양입니다. 제주도를 다시 가야 하는 이유가 또 하나 늘었습니다. 

 

커피는 술과 아주 잘 어울리는 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문발리 우리술연구소에서도 커피를 활용한 술을 만들 궁리를 하고 있습니다. 술을 빚는 여러 과정 중에서 어디에 어떻게 넣으면 좋을까 늘 고민입니다. 커피냑은 많은 힌트를 준 술입니다. 혼자 마시긴 너무나 아까운 술인데, 같이 연구하는 모임을 가져볼까 생각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