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예요.
우리나라 주세법에서는 맑은술을 약주랑 청주로 나누는데,
그 기준이 바로 누룩 사용량이라는 사실!
쌀 무게 대비 누룩을 1% 이상 넣으면 약주, 그보다 적게 넣으면 청주로 분류합니다.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사실 그 뒤에는 조선의 전통과 일본의 제도가 맞부딪힌 긴 역사가 숨어 있어요.

조선 시대엔 술을 사서 마신다기보다 집에서 직접 빚는 가양주 문화가 기본이었어요.
『음식디미방』 같은 옛 조리서만 봐도 술 빚는 법이 잔뜩 나오죠.
누룩을 직접 띄워서 술독에 담고, 제사·명절·일상에 두루 쓰였어요.
게다가 조선에서는 술에 세금을 매기지 않았기 때문에, 술은 그냥 생활의 일부였죠.

반면 일본은 사정이 달랐습니다.
메이지 시대부터 양조장이 본격적으로 생기고, 술이 국가 재정의 핵심 세금이 됐거든요.
술세가 나라 살림을 지탱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어요.
그러니 당연히 집집마다 술을 빚는 건 드물었고, 면허를 가진 양조장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죠.
또한 일본 술은 누룩 대신 코지(麹)라는 곰팡이 배양제를 쓰는 게 특징이었어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청주를 정의할 때도 ‘쌀·코지·물로 만든 술’이라고 못 박습니다.

문제는 일제강점기에 들어서면서예요.
일본식 주세법이 조선에 적용되면서, 조선의 누룩 맑은술은 약주,
일본식 코지 술은 청주라는 이름으로 구분되기 시작했죠.
그 체계가 해방 이후에도 이어져 지금까지 굳어진 겁니다.

결국 오늘날 약주·청주 구분의 핵심은 이거예요:
약주 = 누룩을 제대로 넣어 만든 맑은 술
청주 = 코지 방식, 누룩은 1% 미만만 사용한 맑은 술
즉, 단순한 원료 차이가 아니라 조선의 가양주 문화 vs 일본의 주세 제도가 남긴 흔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술잔에 담긴 맑은술을 보면서 단순히 “약주냐 청주냐” 구분하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얽힌 역사와 문화까지 떠올리면 훨씬 흥미롭지 않을까요?
한 줄 법령 속에도 수백 년의 생활 문화와 과세 제도, 그리고 식민지 시대의 흔적이 숨어 있다는 사실,
술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참 재미있는 발견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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